제 746 호 전통을 품은 감각, '뮷즈'가 이끄는 문화 상품 열풍
국가유산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문화 상품 매출은 약 118억 8000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 브랜드는 ‘뮷즈’로, 출시하는 상품마다 바로 품절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 상품 판매는 단순한 굿즈의 판매가 아닌 문화유산을 알리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뮷즈의 성공 비결과 한국의 문화 상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아본다. 뮷즈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전신인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은 2006년 문화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 유물 및 문화재를 활용한 귀빈용 문화 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이들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로 국립박물관 문화 상품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국립박물관 문화 상품을 대표하는 브랜드 ‘뮷즈(MU:DS)’를 2022년에 론칭했다. 뮷즈는 박물관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뮤지엄(M useum) 과 상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굿즈(G oods)' 를 합친 말로, 박물관에 소장 중인 작품을 모티프로 한 '박물관 굿즈'를 이르는 말이다. ‘나에게 온 보물, 뮷즈'을 슬로건으로, 전통 문양과 한글 자음, 모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작하였다. ▲뮷즈 공식 로고(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뮷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여러 국립박물관(국립 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국 립익산박물관, 국립 진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 경주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내에 있다.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재현한 상품, 공예작가의 수공예 작품, 간단한 문구류, 전통을 재해석하여 디자인한 생활용품,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용 상품과 예술 서적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단순한 박물관 방문 기념품이 아닌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뮷즈 대표 상품 뮷즈의 대표 상품 중 첫 번째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이다. 김홍도의‘필 평안감사향연도’에 등장하는 취객 선비 3인방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변색 소주잔으로,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시온 안료를 사용했다. 차가운 술을 따르면 선비들의 얼굴이 붉게 변하여 즐거운 술자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2023년에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가 많아 작년 한 해에만 6만 잔이 팔리고, 재입고되는 즉시 품절이 되어 재입고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두 번째 대표 상품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유물 반가사유상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것으로, 미륵보살의 미소와 옷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년 한 해 2억 74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팔린 뮷즈이자, 외국인이 많이 구입한 상품 중 2위를 차지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세 번째 상품은 작년에 출시된 석굴암 조명이다. 2024 뮷즈 공모 선정작으로, 석굴암의 모습을 3d 프린터를 통해 입체적으로 담아낸 조명이다. 펼치고 닫을 수 있는 구조로, 실제 석굴암을 둘러보는 듯한 평온함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석굴암 조명(사진: https://www.museumshop.or.kr/kor/main.do) 뮷즈의 매출 뮷즈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에 따르면, 2024년 뮷즈의 매출액은 약 213억 원으로, 2023년 대비 42%가 늘어났다. 2020년 대비 약 5년간 465%가 증가했다. 그중 온라인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약 52억 원으로, 2023년 매출액 22억 2900만 원과 비교해 134% 증가했다. ▲국립박물관 뮷즈 매출액 추이(사진:https://www-dbpia-co-kr.libproxy.smuc.ac.kr/pdf/pdfView.do?nodeId=NODE12087055) 뮷즈의 오프라인 매장 구매자 비중을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30대가 36.6%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17.4%, 40대는 17.4%, 50대 이상은 17.1%, 10대는 11.5%를 차지하고 있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가 54%로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다. 2020년부터 30대 구매자 비중은 꾸준히 1위를 기록해 왔으며, 최근엔 40대의 구매 비중이 줄고 50대 이상의 구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상품 구매자 중 외국인의 비율은 2020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났다. ▲연령대/내외국인 매출 구성비 (사진:https://www-dbpia-co-kr.libproxy.smuc.ac.kr/pdf/pdfView.do?nodeId=NODE12087055) 주목할 것은 뮷즈의 매출액과 박물관 관람객 수의 정비례 관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와 국립중앙박물관 지점 뮷즈의 매출액을 중심으로 살펴봤을 때, 5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 수와 뮷즈 매출액은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2023년 대비 방문객이 감소했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329.2% 증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는 이들이 뮷즈에 들러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뮷즈가 박물관 관람객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박물관의 관람객 유치에 뮷즈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뮷즈 매출액 추이 및 관람객 추이(사진:https://www-dbpia-co-kr.libproxy.smuc.ac.kr/pdf/pdfView.do?nodeId=NODE12087055) 뮷즈의 성공 비결 기존에도 전통문화를 활용한 문화 상품은 있었다. 그러나 뮷즈가 화제가 되는 것은 기존 박물관의 문화 상품에 비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다각화한 상품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 감각을 더한 문화에 대한 조형적 연구를 통해 일상생활에 실용적인 상품을 제작한 것이다. 단순히 문화유산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 문화유산의 가치에 실용성을 더했다. 실제로 ‘백제 금동대향로 미니어처’와 ‘부뚜막 인센스 세트’, ‘석굴암 조명’은 각각 향로와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문화 상품 개발 및 운용 부서와 ‘뮷즈 공모전’과 같은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개발해 내는 것도 인기 요소 중 하나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라는 기업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믿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뮷즈가 MZ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는 독특한 박물관 굿즈를 소비하며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자 하는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사극이나 유물 전시 등을 통해 전통문화를 접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전통문화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와 할머니들이 먹고 입는 음식과 패션 취향을 따라 하는 '할매니얼'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의 뮷즈, 그리고 문화 상품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박물관이 보유 중인 다양한 소장품을 활용하여 문화 상품을 개발하였다. 한국의 유, 무형의 문화유산을 수집·전시하는 국립박물관의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박물관 문화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 앞으로 뮷즈와 같은 성공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문화 상품을 개발해 나간다면, 문화 상품의 매출 증진은 물론이고 문화유산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지연 기자
제 746 호 새로운 주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리움미술관 피에르 위그展
새로운 주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리움미술관 피에르 위그展 프랑스의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이 2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인다. 피에르 위그는 오랫동안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갤러리에서 진행되며,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생명체 등을 이용해 영상과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을 결합한 작업을 보여준다.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하는신작 <리미널>(2024–현재)과 대표작 <휴먼 마스크>(2014), 총 12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위그의 세계로 초대한다. 관람자와 상호작용하는 전시 ▲<리미널>(2024-현재)의 한 장면(사진: 변의정 기자) 전시장에 들어가자 캄캄한 어둠 속에서 얼굴이 없는 인간의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특별한 이야기 없이 인물이 방황하는 이 영상은 작품 <리미널>(2024-현재)이다. 이 작품은 전시 공간의 센서가 감지하는 소리와 빛의 변화에 따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형체의 움직임과 시선이 결정되어 이루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형체은 외부 조건을 학습하고 기억을 쌓아가는데, 이는 AI의 학습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전시에는 황금색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하나의 작품인 <이디엄>이 된다. <이디엄>은 가끔씩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데, 이는 인간의 발성과 신경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성된다. 이번 전시 제목 ‘리미널’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한다. 전시의 제목처럼 위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고정된 작품들과 달리 유동적인 전시장의 환경에 AI를 활용하여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반응하고 있다. ▲사람이 쓴 황금색 마스크에서 생성되는 <이디엄>(사진: 변의정 기자) AI외에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휴먼 마스크>(2014)는 동일본 대지진을 배경으로 폐허가 된 한 일본의 후쿠시마 식당에서 일하는 원숭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가면과 검은 옷을 입은 모습은 마치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U움벨트-안리> 이미지는 <암세포 변환기>가 전송하는 세포분열 데이터와 센서가 포착하는 외부 조건과 만나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카마타>에서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인간 해골을 중심으로 기계가 장례 의식을 치르며 인간의 유해를 탐사하는 모습을 담았다. 인공지능으로 질문하는 ‘인간’ ▲리움미술관 《리미널》 전시 전경(사진: 변의정 기자) 리움미술관은 피에르 위그에게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환경이라 설명한다. 이 세계 대한 은유로 ‘수족관’이라는 개념과 이미지를 가져온다. 특별히 구성되어 있지만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이 주도해왔던 세계가 비인간들로 하여금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배우고 진화하며 복합적인 환경을 형성한다. 이 전시에서 무엇보다 충격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디엄>이라는 작품을 나타내기 위해 사람이 기계처럼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다. 사람과 기계가 역전된 모습으로 이는 점점 인간의 가면을 쓴 존재들이 인간인지 비인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려준다. 결국 피에르 위그는 가면을 만든 존재인 인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로운 주체성’이란 인간만의 특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점점 보편화되는 오늘날 현실의 기술적·철학적 고민을 담아낸다. 변의정 기자
제 746 호 생성형 AI시대, 창작자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최근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베니스 국제 영화제, 골든글러브 수상 이후 AI사용과 관련하여 상의 적합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편집자인 다비드 얀초는 영화가 저예산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완성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헝가리어 발음, 건축 도면 등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의 대표격인 ‘챗 GPT’가 등장한 이후 AI가 대중화되면서 대부분의 산업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예술 산업에서 AI사용에는저작권 침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생성형 AI 시대에 창작자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알아본다. 생성형 AI란 생성형 AI란 여러 인공지능(AI) 중 프롬프트에 대응하여 텍스트, 이미지, 음악, 기타 미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생성형 AI의 특징은 입력 트레이닝 데이터의 패턴과 구조를 학습한 다음 유사 특징이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저명한 생성형 AI 시스템으로는 ChatGPT, 오픈AI가 GPT-3 및 GPT-4 대형 언어 모델로 개발한 챗봇, 그리고 구글이 LaMDA 모델로 개발한 챗봇인 바드 등이 있다. 그 밖의 생성형 AI 모델로는 스테이블 디퓨전, Midjourney, DALL-E, 소라 등의 인공지능 아트 시스템들이 포함된다. 모델에 따라 입력되는 프롬포트의 방식은 각각이지만, 2022년 ChatGPT가 등장한 후에는 생성형 AI 가 점점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어를 이해할 수 있고 쌍방향 대화도 가능하다. 이전까지는 컴퓨터에 명령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야 했지만, 대화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여 답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 명령어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스스로 파악하여 주어진 데이터로 학습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낼 수 있다. 생성형 AI의 예술 창작 능력과 사례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스틸컷(사진: http://ayoungkim.com/wp/3col/delivery-dancers-arc-inverse-2024) 생성형 AI가 글, 그림, 음악과 같은 결과물을 창작하는 과정은 먼저 회화, 음악, 조각,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한다. 미술 AI는 고전부터 현대까지의 작품을 분석해 색채, 구도, 브러시 터치 등을 익히고, 음악 AI는 멜로디와 코드 진행 등의 패턴을 학습하며, 텍스트 AI는 시나 소설의 문체와 구조를 파악한다. 이후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GAN, RNN, 트랜스포머 모델 등을 훈련시킨다. 이를 통해 실제 미술작품과 유사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특정 음악가의 스타일을 반영한 곡을 창작할 수 있게 된다. 학습을 마친 AI는 키워드, 스타일, 장르 등의 입력값을 기반으로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의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인간 예술가는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여 완성도를 높인다. AI는 피드백을 받아 반복 학습하여 점점 정교한 창작 능력을 갖추고, 이러한 과정은 AI 보조형(인간이 주도)과 AI 주도형(인간의 최소 개입)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가수 Grimes의 AI보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페이지(사진: https://elf.tech/chat) 최근 AI를 활용한 예술작품의 사례로는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수상자로 선정된 김아영 작가의 작품, ChatGPT, Claude AI의 생성형 AI기술을 융합한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있다. 이는 AI가 현대미술의 대표격인 작가들 사이에서 주체적인 매체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 긍정적인 사례이다. 또한 캐나다의 가수 Grimes는 자신의 음성을 공개적으로 배포하여 마음껏 사용하라고 했으며, AI를 활용한 노래를 성공적으로 만들면 로열티를 제작자와 50%씩 나누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가 개발한 AI 작곡가 ‘이봄’(EvoM)이 작곡한 노래를 가수 홍진영이 부른 음원으로 공개했지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AI 작곡 사실을 확인하고 이봄에 대한 저작권 취소와 함께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한 바 있다. 생성형 AI의 장점과 한계 생성형 AI는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 예술을 배우지 않은 비전공자도 생성형 AI에 적절한 프롬프트를 입력해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술 분야 전공자의 경우에는, 생성형 AI를 통해 몇 초만에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등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혹은 기업에서 전문 인력 없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다 저렴한 광고나 포스터를 생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유출, 허위조작정보, 정보 편향, 과도한 의존에 의한 사고력 및 역량 저하, 딥페이크 오남용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AI가 생성한 이미지에는 지식 재산권과 브랜딩과 관련된 문제가 존재한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이미지에는 디즈니의 캐릭터나 상표와 같은 유명 브랜드의 이미지가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성형 AI는 저작권 관련 학습이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저작권 침해는 물론이고, 생성형 AI가 사용한 이미지의 저작권을 소유한 기업으로부터 소송당할 위험성도 있다. 생성형 AI 시대의 창작자,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생성형 AI 시대에서 창작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AI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을 키우고 이를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AI 시대에 변화할 직업의 전망과 방향성을 연구해 온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마인드 마이너’인 ‘송길영’ 작가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제안한다. 첫째, AI를 활용하는 꿀팁이나 정형화된 방법론이 아닌, AI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AI의 원리를 몸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해서 새로운 AI가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현재 AI 업계는 기술이며 메커니즘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공부하는 꿀팁이 1년 후에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화제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관련 꿀팁도, AI 업계에서 ‘에이전트(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 둘째, 글을 잘 쓰는 것보다는 분석적 사고력이 중요하다. AI는 사람이 아니기에, 시키고자 하는 일과 목표를 정확히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기에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명확하게 요청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논리적으로 지시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로인해 분석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독서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한다. 셋째, AI 사용의 핵심은 의존이 아닌 활용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의도’와 ‘제작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면 이는 AI를 활용한 것이다. 반면 AI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정 없이 사용하는 것은 AI에 의존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할때 나의 사고가 반영된 AI의 결과물은 나의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AI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넷째, 자신이 목표하는 분야에 한해서는 더 넓은 관점을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하나에 몰두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은 생성형 AI는 물론이고 다른 수많은 경쟁자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크다. 과거 인기였던 웹 디자인은 나만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생겨 나면서 영역이 확장됐다. 단 하나의 기술만 익히면 다른 인재, 기술에 대체될 가능성이 커진다. 당시의 디자이너들은 인지 과학 분야나 유저·시스템 간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며 UI/UX 디자이너로 발전해 나갔다. 이렇게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확장된 것처럼, 결국 자신이 목표하는 분야에서는 다양한 제작 기술이나 다양한 지식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AI 시대에는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논리적인 사고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사람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자신의 사고력을 키우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위기 아닌 또 다른 기회 과거 사진이 등장하고 사진술과 카메라가 발전하며, 화가와 회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가가 그린 회화보다 사진이 대상을 더 정확하게 묘사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사진의 등장으로 회화는 대상을 있는 모습 그대로 그려내는 것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분위기나 빛의 변화 등 화가가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현대 미술로 발전해 나갔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등장은 창작자의 멸종이 아닌 오히려 새로운 분야로의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적응과 생존은 늘 언제나 계속될 것이고, 그 사이에서 창작자는 늘 새롭게 다양한 분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김지연, 변의정 기자
제 745 호 독립영화 관객 증가…독립예술영화관을 찾아서
최근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 예술영화인 <서브스턴스>가 진입하고 누적관객수는 상업영화 천만관객과 맞먹는 50만에 달했다. 더불어 <아노라>, <더 폴: 디렉터스 컷>, <브루탈리스트>와 같은 해외의 독립·예술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독립영화의 관객은 늘고 있지만 영화마니아들이 주로 즐기던 독립·예술영화관은 대형 멀티플렉스에 비해 접근성이 낮다. 일반 영화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티켓값과 감각적인 공간이라는 장점을 가진 학교주변의 독립영화관을 소개한다. 서울캠퍼스 주변 독립예술영화관, 에무시네마 경복궁역에서 15분정도 걸어가면 작은 카페와 경희궁 숲 사이에 자리잡은 ‘에무시네마’를 발견할 수 있다. 에무시네마는 복합문화공간 에무에 소속된 하나의 기관으로 1층에는 ‘카페 에무’, 지하 1층과 2층에는 각각 ‘PANTA GARAGE’라는 이름의 공연장과 ‘갤러리 에무’가, 영화관은 2층과 3층에 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에무시네마 전경(사진: 에무시네마) 15세기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약칭인 ‘에무’는 엘리트들의 위선을 비판한 우신예찬에서 ‘약함은 생명의 은상이요, 상처 속에 우주가 있다’로 그의 사상을 이해한다. 엘리트주의를 비판한 에라스뮈스처럼 최고의 인문적 문화예술은 대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라는 모토를 삼는데, 오래된 미래를 현재의 도시 생활에서 진화한 현재형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에무시네마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신작뿐만 아니라 영화관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특별한 기획전으로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극장보다 OTT의 선호가 높은 요즘이지만 관객의 절반 이상이 20대고 전체 관객의 75%가 35살 미만이라는 차별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 때 실내 상영공간 제한으로 인해 에무시네마가 마련했던 옥상 야외상영 기획전인 ‘별빛영화제’는 여름시즌에 진행되는 에무시네마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또한 관람한 영화 포스터와 같은 굿즈를 제공하거나 ‘카페 에무’에서는 영화의 분위기를 닮은 음료를 판매하며 대형 멀티플렉스와의 차별점을 얻기 위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에무시네마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관객들에게 취향을 발견하고 깊이 있는 사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별빛 영화제 포스터(사진: 에무시네마) 천안캠퍼스 주변 독립예술영화관, 인디플러스 천안 인디플러스 천안은 2016년 11월 25일 설립된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 충남 유일의 독립예술영화관이다. 독립 영화 배급 및 관람객 활성화는 물론이고 충남 지역의 보편적 영상 문화 향유권 확대에 대한 시민들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1개의 관으로 운영되며,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하루 1~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휴관일은 매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과 법정 공휴일이다. 격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야간 상영을 진행하고 있어, 늦은 저녁 영화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인디플러스 천안은 천안시 동남구청과 천안시 청소년 수련관 근처인 천안시 영상미디어센터에 있다. ▲천안에 위치한 인디플러스 천안 전경(사진: 천안문화재단) 진행 프로그램 인디플러스 천안은 영화 상영은 물론이고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V(GV 상영회와(Guest Visit, 관람객과의 대화, 감독/배우/영화 평론가 등이 영화에 대한 해설 및 관객의 질문을 받으며 관람객과 대화하는 장),대학생 연합 상영회, 시네마 테라피 특강, 우리 가족 영화관, 무료 시사회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작년 9월에는 제1회 천안 인디 접근성 영화제(CIAFF)를 개최했다. ‘너나 나나 쌤쌤’을 슬로건으로, 신체적 차이에 관계없이 모든 관객이 동등한 환경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 자막과 음성 해설을 포함한 영화를 상영했다. 또한 영화 감상 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모임 ‘플러스무비’도 운영 중이다. 참가자들에게는 다과와 커피를 제공하며, 참석자에게는 인디플러스 천안 무료 예매권을 증정한다. 인디플러스 천안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천안 인디플러스 진행 프로그램, 왼쪽부터 GV, 제1회 천안 인디 접근성 영화제(CIAFF), 플러스무비 (사진: 천안 인디플러스 공식 인스타) 독립예술영화관의 미래 독립예술 영화 유행에 따라 상영 공간인 독립예술영화관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독립예술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닌,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행사, 음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영화를 단순히 관람하는 기존의 영화관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쌓고 추억의 장소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한 독립예술영화관만의 특징은 OTT의 등장으로 어느 곳에서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지금 시대에 영화와 관련된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각광받는 장소가 될 것이다. 김지연, 변의정 기자
제 745 호 24절기, 조상들의 지혜로 준비하는 봄 건강
곧 있으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이다. 양력 3월 20일은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으로, 이날은 태양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에 오는 날이며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다.이즈음부터 완연한 봄으로 진입하는데, 이럴 때 일수록 환절기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 대부분이 잘 알지 못 하는 24절기와 환절기 건강 대처법을 알아본다. 24절기란? 24절기는 계절적 구분을 위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의 날로 정한 것이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1년 동안 공전하며 황도(지구의 입장에서 태양의 위치가 하루에 1도씩 바뀌며 생기는 길을 의미) 상의 위치를 기준으로 15도씩 나눈 것으로, 24절기는 과학적인 시간 구분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24절기를 음력 기준으로 오해하지만, 24절기는 양력 기준이다. 그래서 매년 동일한 날짜로 고정되어 있으며, 4년에 한 번 윤년의 영향을 받아 날짜가 바뀌는 경우에는 하루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절기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다. 24절기 X 15도 = 30도 가장 첫 번째 절기는 2월 4일 ‘입춘’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이후로는 2월 19일 우수부터 시작해 경칩, 춘분, 청명, 곡우까지가 봄의 절기이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은 5월 5일로 ‘입하’라고하며,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까지가 여름의 절기이다. ‘가을의시작’은 8월 7일에 해당하는 ‘입추’이며,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까지가 가을의 절기이다. 11월 7일 ‘입동’은 ‘겨울의 시작’을 의미하며,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까지 겨울의 절기로 마무리된다. ▲ 24절기표 (사진:https://www.alimi.or.kr/board/a/season/selectSeasonalDiv.do) 24절기의 역사 24절기는 고대 중국 주나라 때 화북 지방의 기후에 맞춰 처음 고안된 것으로,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 당시에는 달의 운행을 바탕으로 하는 태음력이 이미 있었지만 달의 모양을 통하여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를 쉽게 체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고대 사회부터 농경 사회였던 동아시아권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쉽게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절기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후로부터 동아시아권에서 쓰인 역법은 흔히 알고 있는 태음태 양력이 되었고 그 중 태양력이 절기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무렵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음력을 중심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중국과 마찬가지로 음력은 기후를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양력의 요소인 24절기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원래 24절기는 중국의 기후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종 집권기에 농사직설 등을 편찬하여 우리나라의 풍토에 맞는 것으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후와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조금은 있는 편이다. 그래서 기후에 완벽하게 맞지는 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 죽었다’라는 속담이 있기도 하다. 24절기 의의와 특징 24절기는 농경 사회였던 우리 사회에 농사의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 이 정도로 세밀하게 계절을 알리는 날을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24절기는 농업적 활용뿐만 아니라 기후를 예측해 그에 맞는 풍습을 형성하는 데에도 기여한 중요한 문화이다. 한편, 24절기에는 삶의 지혜가 보인다. 가장 첫 번째 절기인 입춘에는 집 문설주에 ‘입춘대길’과 같은 글귀를 붙여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춘분에는 논밭을 갈기 시작하고, 곡우에는 봄비가 내려 곡식이 자라는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여서 농사가 본격화된다. 여름 중 하지는연중 낮이 가장 긴 시기이며, 소서에는 논매기가 시작되고 대서는 가장 무더운 시기로 시원한 음식으로 더위를 견딘다. 가을 중 추분에는 곡식을 거둬 햅쌀로 밥을 짓고, 상강 전에는 추수를 모두 끝내고 농작물을 저장해야 한다. 겨울을 알리는 입동에는 김장을 하며, 소설에는 월동 준비를 시작한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로 팥죽을 먹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날이며, 추위가절정에 달하는 대한으로 겨울의 절기가 끝난다. 봄철 환절기 건강은 어떻게? 아직까지 남아 있던 추운 날씨가 지나가고 봄이 완전히 찾아오려고 하는 시기가 되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활동량도 늘어나고 추울 때 보다 기분도 더 상쾌해지지만 일교차와 미세먼지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조상들도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춘분’에는 건강에 유의했다고 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비슷해지는 이 시기에는 생체 리듬이 깨지기 쉬우므로 낮에 햇볕을 충분하게 쬐고 제철 채소들을 먹으려 했다. 요즘의 환절기에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고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조상들의 지혜에 따라 비타민이 많은 달래나 냉이와 같은 봄철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며, 오이나 토마토와 같은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4절기는 단순한 날짜 구분을 넘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의 변화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을 조절한 지혜의 결과물이다. 요즘과 같은 봄철 환절기에 24절기의 지혜를 따라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계절을 더욱 지혜롭고 알차게 즐기면 우리에게 온 봄을 상쾌하게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진 기자
제 745 호 새학기와 함께 찾아오는 ‘스프링 피크’
▲천안캠퍼스 벚꽃축제(사진: http://www.traveli.co.kr/read/contentsView/3049/0) 새 학기가 시작되며 캠퍼스와 거리는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영하로 내려가던 날씨도 3월로 들어서자 점차 온화해지며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한껏 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그러나 봄이 주는 설렘 속에서 더욱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 불리는 이 시기의 특수한 변화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생기는 다양한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새 학기와 함께 찾아오는 ‘스프링 피크’ 현상을 살펴보고, 변화와 대비책을 알아본다. 스프링 피크란? ‘스프링 피크’(Spring Peak)는 연중 봄철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최근 3년 자살률을 보면, 2021년 3월과 2022년 4월, 2023년 5월에 가장 높았다. 스프링 피크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봄철 우울증’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봄철 우울증은 심리‧사회적 요인과 관련 있다. 입학‧졸업‧취업 등 변화가 많은 봄에 적응을 못 하거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스프링 피크의 원인과 예방책 첫째, 깨진 약속 효과로 인해 봄철 심리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봄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계절이지만, 막상 현실은 기대만큼 변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기대했던 봄의 약속이 깨지면 심리적 절망감이 커지고, 무너진 마음이 우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봄철 스트레스와 실망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충분한 공감과 위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소진 후 에너지 효과가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길 수 있다. 겨울 동안 우울과 무기력 속에서 지쳐 있던 사람들이 봄이 되면서 에너지를 회복하게 되는데, 이때 오히려 자살을 실행할 힘을 얻는 경우가 있다. 활력을 되찾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주변에서 자살 경고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세심한 관심과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감정 불안정과 동요가 증가하면서 조울증 환자를 비롯한 감정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늦봄과 초여름에는 조울증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봄의 강한 자극이 감정 동요를 일으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정신 건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감정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스트레스 호르몬과 면역 반응도 봄철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꽃가루로 인한 염증 반응이 증가하면서 신체적 불편함이 커지고, 이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유발하여 우울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신체 건강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휴식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받을 수 있는 상담 알아보기 우울증이 의심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학우들은 우선 우리 학교의 학교상담센터(H213, I102)를 이용할 수 있다. 학생상담센터에서는 개인상담, 심리검사, 집단상담 등을 운영하며, 모든 상담은 비밀이 보장된다. 학생상담센터는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213호(H213)와 천안캠퍼스 한누리관 102호(I102)이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상담을 원할 경우 전화(서울: 02-2287-5328, 5329, 5333 / 천안:041-550-5539)로 문의하거나 직접 방문하면 된다. 개인상담은 신청 후 접수 면접과 심리검사를 거쳐 상담사가 배정되며, 주 1회 50분씩 진행된다. 심리검사는 검사 후 1~2주 뒤 해석상담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집단상담은 홈페이지나 학내 게시판을 통해 공고된 내용을 확인한 뒤 신청할 수 있으며, 유사한 고민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총 10시간 내외로 운영된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되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을 대상으로 전문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여 심리적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득 기준 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자립준비청년과 보호연장아동은 우선 지원된다. 상담은 총 10회기로 진행되며, 바우처를 통해 비용이 지원된다. 신청은 거주지 행정복지센터 또는 복지로(www.bokjiro.go.kr)에서 연중 가능하며, 서비스 제공기관은 전자바우처포털(www.socialservic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봄은 많은 이들에게 활력을 주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2년 이상 봄철마다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어, 앞선 현상을 겪고 있다면 혼자 이겨내는 것보다는 주변 사람들이나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변의정 기자
제 745 호 다이소 열풍, 대중을 사로잡은 이유는?
아성다이소는 1997년 1호점을 시작으로 균일가 정책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인 다이소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오프라인 매장 수는 직영점 1022개, 가맹점 497개로 총 1519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다이소는 초저가 제품을 내놓으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이소의 인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 메리트'이다. 아울러 제품의 질도 높고 유행을 빠르게 선도하며 시즌별 상품도 내놓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다이소에 열광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파이어족을 사로잡은 저렴한 다이소 다이소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마케팅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흔히 광고라고 할 수 있는데, 광고를 하지 않으니 그 비용으로 제품의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제품 홍보 대신, 제품의 질을 높이니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서 SNS로 빠르게 퍼져나가 홍보가 되고, 이른바 ‘다이소 품절 사태'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파이어족은 젊은 나이에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경제적 불안정과 정년에 대한 불확실성, 물질적 풍요보다는 미니멀리즘의 유행 등의 여러 사회현상으로 인해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파이어족은 저축을 중시하고 물건의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경제적 안정성을 가지기 위해, 극단적인 절약과 저축, 투자를 통해 자산을 빠르게 축적한다. 이들에게 생필품을 최대 5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다이소는, 파이어족 맞춤형 가게인 것이다. 특히 다이소는 제품 절반 이상이(2016년 기준, 한국 제품 70%) 한국에서 생산되었기에 가격이 싸도 제품의 품질을 믿을 수 있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을 저렴한데 품질까지 좋게 파는 다이소가 이들에게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FOMO족부터 모든 세대를 사로잡은 다이소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 다이소가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또한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고, 유행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게다가 유행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 족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유행을 따라가며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안심한다. 귀찮고 조금 부담되는 유행도 다이소가 값싸게 제공해 주니 FOMO족에게도 다이소는 맞춤형 가게가 되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모루 인형이 유행했다. 모루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루를 사고, 단추를 사는 등 귀찮음이 따랐기에 모루 인형 공방까지 생겨났었다. 그런 와중에 다이소는 발 빠르게 모루인형 키트를 출시했고, 많은 인기를 얻었다. 키링으로 가방 꾸미기가 유행했을 때에도 열쇠고리부터 인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았다. 그리고 코스메틱까지 진출해 유행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다이소가 내놓은 저렴한 버전 리들샷(피부 재생에 도움이 되는 제품)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품절을 겪고 있고, 유명한 화장품 회사들과도 콜라보를 진행하며 현재는 ‘다이소 뷰티템으로만 화장하기'같은 콘텐츠들이 올라올 정도이다. 다이소가 내놓는 시즌별 상품도 인기가 많다. 특히 다이소의 봄 시즌에는 다양한 벚꽃 관련 콜라보 제품이 나오는데, 예쁘고 저렴해서 봄시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봄 시즌뿐만 아니라, 겨울 시즌, 크리스마스 시즌이 있으며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와 같은 기념일에도 초콜릿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키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는데, 그중 디즈니와 함께한 콜라보는 디즈니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다이소 2025 봄봄 (사진: 다이소 홈페이지 https://daiso.co.kr/brand/product/season/89 ) 다이소는 젊은 세대들은 유행으로 사로잡았고, 중장년 층은 제품의 질로 사로잡았다. 청소도구나 전자제품, 캠핑용품, 취미용품 등 거의 모든 제품군을 낮은 가격, 높은 품질로 판매하기에 SNS에서는 ‘다이소에서 이런 것도 팔아주면 좋겠다.’ 콘텐츠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 아파트, 자동차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같이 사용하며 비싸고 쉽게 사지 못하는 것들을 다이소에서 싸게 팔아달라는 장난식 농담으로 사용된다. 다이소는 다 있소~란 말처럼 무언가 사야 할 일이 있을 때, 다이소에 있는지 찾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다이소 열풍, 앞으로의 전망은 다이소의 인기에는 가성비를 좇아 유명브랜드의 대체품을 찾는 '듀프'도 한몫 했다. 듀프는 복제라는 뜻의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의 줄임말로, 고가 브랜드의 대체제로 저가 브랜드의 비슷한 상품을 찾아다니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예시로 다이소 화장품 라인의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은 샤넬 립 앤 치크 밤과 비슷한 색감, 약 20분의 1 정도의 가격으로 인기다. ▲샤넬 치크 앤 밤(왼쪽)과 다이소의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오른쪽) (사진: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GOTADV0I1) 2월 3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의 매출액은 2019년 2조2362억원에서 지난해 3조 4604억원으로 54.7% 증가했다. 다이소는 고물가와 대비되는 저렴한 판매 가격으로 더욱더 인기다. 정부는 2024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2023년 대비 2.3%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해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이소몰의 인기 급증 (사진: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0702191) 불안정한 국내 정세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소비자들은 더욱 더 저렴한 상품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로 인기를 끌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지만, 품질과 어려운 환불 절차,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으로 인기가 꺾였고, 일정 품질을 보장하며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다이소가 고물가로 위축된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다. 오도연 기자, 이은탁 기자
제 744 호 소소한 활력소가 되는 인터넷 밈, ‘Chill’하게 살아보자
‘Chill guy’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Chill guy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한 밈의 하나이다. 밈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 또는 그러한 창작물이나 작품의 요소를 총칭하는 말이다. 다양한 밈의 유행을 통해 그 역사와 함께 chill 하게 사는 삶을 살펴본다. 새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Chill guy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복제 단위’라는 의미를 가진 밈(meme) 개념이 처음 정의되었으나,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밈은 ‘유행’ 정도의 의미로 다르게 발전했다. 2000년대 초반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밈의 확산을 가속화했고, SNS가 대유행하며 음악, 챌린지 등 다양한 형태의 밈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유행했던 밈의 예시로는 야인시대의 대사 ‘사딸라(4달러)’,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시민 인터뷰를 하다 유행하게 된 ‘무야호’,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쓴다며 유행했던 ‘급식체(ㅇㅈ하는 부분?, 어 인정 등)’ 등이 있다. Chill guy는 필립 뱅커스라는 예술가가 만든 캐릭터에서 시작되었다. 청바지와 스웨터를 입고 캔버스 운동화를 신은 개의 모습을 했는데, 어떤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립 뱅커스가 처음에 Chill guy를 대중들에게 소개했을 때는 인기가 많지 않았으나, 틱톡(TikTok)에서 이 Chill guy 캐릭터를 다양한 상황에 대입시키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필립 뱅커스가 자신의 X에 올린 Chill guy 이미지(출처: https://x.com/PhillipBankss/status/1709421400686010418) Chill guy, 본래의 뜻을 넘어버린 유행 Cool(멋진, 끝내주는) 하고 Laid-back(느긋한) 한 성격을 영어 속어로 그냥 chill이라 간단히 말한다. 쉽게 말해 chill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느긋하고, 여유 있는, 성격이 좋아 보이는 사람한테 사용하는 말이다. Chill guy는 단순하게 ‘여유롭고 차분한 남자’라는 뜻을 가진다. Chill guy가 쓰인 가장 유명한 예시로는 “When people ask you why you left for 7 months but you were low-key busy being a Chill Guy(사람들이 어째서 7개월이나 연락이 끊겼냐고 당신에게 물어보지만, 사실 조용히 Chill guy처럼 보내고 있었을 뿐일 때.)”가 있다. 처음 Chill guy가 하나의 단어로 쓰였지만, 엄청나게 유행하면서, guy는 빠지고 chill만 다른 단어와 함께 사용하며 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chill 하다’ 처럼 본래의 뜻인 여유롭고 차분하다는 의미가 그대로 계승해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너무 유명세를 치른 나머지 단순히 chill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밈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chill chill 맞은 사람’ , ‘나이는 십 chill 세입니다.’와 같이 본래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chill의 발음과 같은 ‘칠’이 사용되는 자리에 chill을 넣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장 많이 SNS에 올라오는 ‘chill 밈’은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자는, 힘든 현대인에게 필요한 위로를 담고 있다. 현대인들을 웃게 만든 또 다른 밈 ‘햄부기햄북~’이라는 밈 또한 SNS에서 종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밈의 전체 문장은 ‘햄부기햄북 햄북어 햄북스딱스 함부르크 햄부가우가 햄비기 햄부거 햄부가티 햄부기온앤온을 차려오거라’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 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단지 재미와 리듬감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이 문장을 진지한 사극 연기 톤으로 읽으면 우울과 무기력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들이 SNS 상에 퍼지면서 인기를 얻었다. 어이없는 내용이 의외의 기분 전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특징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MZ들을 웃게 하는 또 하나의 밈이 되었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원영적 사고’, 일명 ‘럭키비키’도 위에서 설명한 밈들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원영적 사고’는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제가 사려는 빵이 바로 앞에서 매진이 돼서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럭키비키잖아”라는 말을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즉 초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뜻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을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벌어지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이 밈은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먼저 떠올려 기분을 나아지게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Chill’하게 살아보는 것 “인생 별거 없어. Chill 하게 가자”라는 말처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대학생인 우리는 시험, 과제, 취업 준비 등 끝없이 쌓이는 일들에 쫓기다 보면, 가끔은 ‘Chill’하게 살아가는 법을 잊고 지나치기도 한다. 자유와 기회가 가득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도전과 경쟁이 존재하는 시기이기에 여유롭게 사는 것을 회피하기도 한다.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좀 더 가볍게 즐기는 법을 배워보자. ‘Chill’하게 살아보는 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대학생인 우리는 “시험을 망쳤지만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오늘 잠을 잘 못 자서 힘들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힘내보자”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살면 된다. 스스로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다 보면 일상의 여유를 잊을 수밖에 없다. 대학 생활은 실패와 실수도 많고, 때론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것도 우리가 삶을 배워나가는 과정 중 하나이다. 시험을 망쳤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어떤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받지 말자. 자신만의 속도를 존중해 천천히 걸어나가는 ‘Chill’한 삶을 살다 보면 언젠간 더 나아진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시험 준비나 과제로 마음이 바빠지겠지만 이번 학기에는 너무 급하게 달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되, 그 과정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Chill’하게 살아보자. 굳이 너무 빠르게 달려서 이 소중한 청춘을 날려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은 충분히 우리 편이다. 이윤진 기자, 오도연 기자
제 744 호 넓어지는 재산권 범위, 퍼블리시티권
지난 24년 11월 8일, 수능시즌을 맞아 배스킨라빈스에서 출시한 ‘럭키 비키 모찌 (LUCKY VICKY MOCHI)’가 유명 아이돌 멤버의 밈을 상품명으로 사용한 것에 큰 비판을 받고 판매 중단되었다. ▲ 럭키비키모찌: 하트 모양의 모찌 4개를 네잎클로버 모양으로 담은 상품이다. (사진출처: 배스킨라빈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askinrobbins.co.kr/) 제품명에 들어간 ‘럭키비키’는 ‘럭키(Lucky)’와 아이돌 걸그룹 IVE(아이브)의 멤버인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Vicky)’가 결합된 표현으로 장원영이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에서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상징하는 밈이 되었다. 판매중단 논란 부분은 배스킨라빈스 측에서 장원영과의 정식 계약이나 사전 협의 없이 장원영 이름이 들어간 유행어를 제품명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인기 아이돌 멤버의 유명세를 대가 없이 이용하려 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배스킨라빈스는 9일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의 광고를 삭제하고 추가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11일에는 언론사를 통해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획 과정에서 사전 검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점검 절차를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중들은 장원영이 해당 제품의 광고 모델도 아니며 배스킨라빈스 측에서 별도로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단순히 유행어를 사용한 것이며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았기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유행어는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럭키비키’ 밈의 경우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스킨라빈스 측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다. 본래 인터넷 밈의 경우 원작자가 뚜렷하지 않으며 창작물이라는 인식이 없다. 또한 저작권이나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은 유행어는 법적인 제재가 어렵다. 미국의 19개 주와 캐나다에서는 이와 관련한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라는 법이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초상이나 성명, 목소리 등 개인의 인격적 속성이 갖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이다. 이는 자신의 초상에 대해 갖는 배타적 권리인 ‘초상권’과 유사하지만, 영리적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재산권’으로서의 권리를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다. 인격 표지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창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과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시적인 법원 판결이 아직 없으나. 2021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따라 타인의 특징을 드러내는 요소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 관련 법률 동향 (사진: 아시아경제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122316420788873) 퍼블리시티권과 음성 AI 콘텐츠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여러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음성 AI 콘텐츠가 등장하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윤리적, 법적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낼 수 있는 음성 AI 기술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악용될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작년 배우 겸 가수인 비비의 노래 ‘밤양갱’을 가수 아이유가 부른 음원 영상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아이유 본인이 아닌 아이유 목소리를 묘사한 AI에 의해 생성된 음원이었다. 영상 공개 후 조회 수 50만 회를 넘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었고, 개인의 음성 도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사례 또한 영상제작자에게 처벌을 내리지는 않았다. 퍼블리시티권의 모호성, 법적 보장에 대한 우려 유행어와 음성 AI 콘텐츠는 퍼블리시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인격적 요소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의미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명확한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법적 규정의 부재는 유행어 창작자나 유명인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하고 무단 사용 및 악의적인 콘텐츠 제작을 방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쟁을 해결하고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적 논의가 시급하다. 이은탁, 장은정 기자
제 742 호 카페인우울증, 2030의위기
카페인우울증, 2030의위기 20~30대젊은층을중심으로 ‘카페인우울증’이라는신조어가등장하며관심을끌고있다. 이용어는우리가흔히사용하는카카오톡(KakaoTalk),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의앞글자를따서만들어졌다. 이름에서도알수있듯, 이는주로 SNS 사용과관련된문제에서비롯한심리적증상을말한다. 현대사회에서 SNS는사회적인 연결망으로빠르고편리하게소통할 수 있는 필수요소다. 특히, 디지털네이티브로불리는 2030세대는 SNS가없는삶을상상하기어려울정도로깊이의존하고있다. 하지만 SNS의어두운이면중, 과도한비교, 끝없는정보소비, 그리고타인의시선에대한부담을유발하는예상치못한심리적문제에대해서도관심을가질필요가있다. ‘카페인우울증’은단순히개인의심리상태에만영향을미치는것이아니라, SNS를 통해 소통하는 모든세대를관통하는중요한사회적이슈다. 2030세대의 SNS 사용실태 2030세대는인터넷과스마트폰환경에서자라난디지털네이티브세대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발표한 ‘2023 디지털생활조사’에따르면, 20대의 82%, 30대의 73%가하루평균 2시간이상 SNS를사용하는것으로나타났다. 특히, 20대의 40% 이상은 SNS 사용시간을 ‘3시간이상’으로응답해, 이들의생활에서 SNS가차지하는비중이얼마나큰지알수있다. 2022년한국정신건강의학회가발표한연구에따르면, SNS 사용시간이하루 2시간을초과할수록우울증발병가능성이 1.7배증가했다. 특히, 좋아요개수와같은반응에집착하거나, 타인의게시물과자신의삶을반복적으로비교하는사용자는더욱높은우울감과불안증세를호소했다. 2030세대가스트레스를해소하기위해 SNS를사용하지만, 과도한사용은오히려정신적부담을가중하는악순환을초래한셈이다. 이와같은문제는단순히개인의선택이나생활습관의문제로치부하기어렵다. SNS는이미사회전반에걸쳐영향을미치는중요한문화적요소가되었으며, 디지털환경에노출된모든세대가비슷한문제를경험하고있다. 카페인 우울증이란 SNS는끊임없는비교를유도한다.이로 인해 열등감에괴로워하는이들의사례를적지않게볼수있다. SNS는누군가의자연스러운일상속삶의순간들을공유하기보다는, 누군가가가장빛나는, 하이라이트의순간들을포착해정리한곳이다. 멋진여행사진, 명품쇼핑, 혹은커리어에서의성공소식등을반복적으로접하면서자신의현재삶이상대적으로초라하다는감정을느끼게된다. 이과정은자기비하를강화하며, 결국우울감과무기력을유발하게만든다. SNS를통해끊임없이새로운정보와소식을접하다보면, 나만중요한기회를놓치고있다는두려움이생긴다. 이러한현상을 FOMO(Fear of Missing Out)라고한다. 피드와알림을확인하지않으면불안해지고, 결국 SNS 사용시간을과도하게늘리는악순환을 가져온다. SNS에지나치게많은시간을쏟다보면, 자연스럽게수면부족, 식사거르기, 업무및학습집중력저하와같은문제들이발생한다. 이러한변화는신체적건강뿐만아니라, 전반적인삶의질을떨어뜨리며심리적불안감을가중한다. ‘카페인우울증’의핵심원인중하나는바로 SNS의알고리즘때문이다. SNS 플랫폼은사용자가최대한오래머물도록설계되어있다. 이를위해사용자의관심사를분석하여자극적인콘텐츠를추천하고, 반응을유도하며지속적으로참여를끌어낸다. 이러한구조는개인이디지털환경에지나치게몰입하게하고, 실제삶에서만족감을느끼는데방해가된다. ‘SNS 끊기챌린지’ 일부젊은세대는카페인우울증에대한심각성을인지하고 ‘SNS 끊기챌린지’에적극적으로나서고있다. SNS 이용으로발생하는상대적박탈감에서비롯한카페인우울증에서벗어나고자, SNS를아예이용하지않거나이용하는시간을줄여나가며 자신에게집중하려는시도가늘고있다. 이에 SNS 끊기챌린지에유용한잠금앱이인기다. 혼자서 SNS로부터벗어나는것에어려움에느끼는사람들이해당앱을사용하면특정시간동안사용자가설정한 SNS의접속을차단할수있어이용시간관리가용이하다. ▲ SNS 이용시간관리를위한잠금앱 (사진: 앱스토어) 스마트폰디톡스를위한집단챌린지앱역시인기를끌고있다. 앱 ‘챌린저스’는예치금을걸고성과율에따라예치금을환급해주는서비스를제공한다. 참가자는스마트폰몇시간이하사용하기, SNS 30분이하사용하기등의챌린지에예치금을걸고, 스마트폰의스크린차단기능을통해 SNS 사용을하지않았다는인증을한다. 예치금은챌린지성과율에따라환급받을수있다. 성과율이저조할경우예치금을아예환급받지못할수있음에도참여율이높다. ▲ 앱 ‘챌린저스’ 내챌린지들 (사진: 챌린저스) 카페인 우울증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 전문가는카페인우울증이 SNS 중독으로자극에대한욕망이강해지며생긴현상이라며시간차를두고접속시간을줄여갈것을권장한다. 임명호단국대심리학과교수는 ‘특정행위에중독이되면자극에대한갈망이생긴다. 이갈망이충족되지못할경우우울감이발현되는것’이라며 SNS 중독도중독의일종이기에극단적인사용중단보다는서서히이용시간을줄이며바람직한습관으로바꿔나가야한다고말했다. 구정우성균관대사회학과교수는 SNS 끊기챌린지에대해 ‘중독에서벗어나기위한집단적행동은큰의미가있다’며평소 SNS 사용시간을정해지키고, 휴일을정해하루동안 SNS를하지않는디톡스를하는것을방법으로제시했다. 또, SNS를사용한다면수면에영향을덜주는낮시간대에이용하는게좋다. 밤시간대에 SNS를접하면수면에방해가되고, 우울감역시심해질수있기때문이다. 대중교통이동시간에 SNS 대신음악을감상하거나간단한독서를하는것도좋은방법이다. 카페인우울증은 SNS를통해타인의사생활을들여다보는것이용이해짐에따라나타난현대인의질병이다. 사람들은습관처럼 SNS를자주확인하며타인에게상대적박탈감과열등감을느끼게된다. 그러나사람들은 SNS에서각자의 ‘하이라이트’만을보여준다는것을인지해야한다. SNS에서벗어나실생활에서다양한활동들을경험하고, 스스로를긍정적으로바꿔나가길바란다. 곽민진, 이은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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